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며칠 전 전화가 왔다. 인천의 한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자신의 조합 사무실에 오면 ‘왜 이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게 말이 안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는 문화유산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최근 인천시가 민주화‧노동운동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는데 기사 내용이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의 근대 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애경사 철거로 높아졌다. 최근엔 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 애관극장, 동일방직, 중구 후카미 토라이치(深見寅市) 단무지 공장 직원 기숙사 등 인천 곳곳에서 근대문화유산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현재 존치‧철거 논란이 있는 문화유산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논란이 있다. 예를들면 애관극장은 ‘공공매입 논란’,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민‧민 갈등’ 등이다.

그나마 중구에 있는 후카미 토라이치(深見寅市) 단무지 공장은 옹진군이 추진하고 있는 ‘제2옹진장학관’ 공사 용지에 건물이라 인천시와 옹진군이 협의를 하고 있다.

보통 문화유산들의 철거 위기는 개인이나 기업 소유로 대부분 개발 예정 구역에 포함됐을 때 찾아온다.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은 건물은 문화재보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지자체가 근대문화유산을 보존‧활용할 수 있는 지원 근거도 미비하다.

철거하자는 사람들은 ‘사유재산이므로 부동산의 금전적 가치를 올리기 위해 철거하겠다’는 주장을 하고, 보존하자는 사람은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문화적가치가 있다면 다른 구역으로 이전하면 되지 않냐”라고 묻는다. 그럼 보존하자는 사람이 “원형 그대로(그 위치)에 보전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라고 되받아 친다.

문화재 관련 논란을 취재할 때면 항상 어렵다. 양측 주장이 무척 팽팽하기 때문이다. 취재를 할 때면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한다. 주로 하는 질문은 ‘문화적 가치 있어요?’, ‘보존할 방법이 있습니까’ 등이다.

문화재 전문가들도 ‘무작정 보존하자’라고 밀어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선 상대방도 만족할 수 있는 방안도 하나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있는 문화재의 경우 재개발 조합에게 일정부분 인센티브를 준 뒤 합의를 하는 방안 등이 있다고 한다.

시는 민관협의체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이 나오지 않은 채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한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100년의 역사를 다신 볼 수 없게 된다. 시는 철거를 주장하는 쪽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