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시계획위, 교회 이전 조건 재개발 사업 승인
시민단체, 도시계획위 결정 규탄... 단식투쟁 지속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옛 교회들을 철거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는 반발하며 단식농성 지속 등 강한 투쟁을 예고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는 24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를 결정한 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규탄했다.

ㆍ[관련기사]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촉구 단식농성 돌입

ㆍ[관련기사] 민주화 역사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어려워지나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는 24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를 결정한 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위원회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내재적 가치는 검토하지 않은 채 건물 외형만 보고 철거를 결정했다”며 “도시의 문화·역사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결정에 위원회는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는 하루전 23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고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위원회는 교회건물을 이전하고, 기존 자리에 기념표지석을 세우는 등의 방식을 교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도시개발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놓인 교회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와 화도교회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역사를 지녔으며, 화도교회는 일제강점기 당시 교육운동의 중심이었다.

지난달 26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는 관련 소위원회를 구성해 이 두 교회의 존치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단체와 교회 관계자들은 재논의 과정에서 교회 보존 결정이 내려지길 기대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교회를 철거하겠다는 결정이 나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현 미문의일꾼교회) 김정택ㆍ김도진 목사.

교회 보존을 요구하며 22일부터 단식농성을 시작한 김도진 미문의일꾼 교회 목사는 “지난 도시계획위 결정에 따라 꾸린 소위원회가 교회를 현장검증하고 보존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는 소식에 보존을 기대했으나, 날벼락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 교회는 엄혹한 군사독재정권 시절 인천 노동운동의 중심지였다.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삶과 역사가 담긴 곳”이라며 “이런 방식의 도시개발이라면, 앞으로도 수많은 인천의 문화유산이 훼손될까 두렵다”고 우려를 전했다.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도시재개발 설계도를 보면 6만평 용지에 40층 건물동 31개를 지으면서 휴게공원은 3곳뿐”이라며 “지나친 밀집 개발로 도시의 역사성을 훼손하는 시 행정이 우려된다. 시가 도시계획위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택·김도진 목사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요구하며 22일 저녁부터 시작한 단식농성을 인천시청앞에서 지속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향후 투쟁에 인천시민과 교단이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동구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지구는 화평동 1-1번지 일원 18만998㎡에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건물 31개를 지어 2986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 모두 정비지구 내 포함돼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