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지난해 마무리한 건축자산 기초조사 부실 우려
중구는 자체조사 진행, 산업유산 집중 동구도 나서야 지적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 중구가 자체적으로 건축자산 조사에 나선 가운데 산업유산이 집중된 동구는 건축자산 조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도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철거 장면(사진제공 만석동 주민협의체)구는 지난해 신일철공소 철거 직전 '도시유적위원회'를 두 차례 개최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신일철공소는 결국 철거됐다.

인천 중구는 ‘근대역사문화유산 발굴 학술연구용역’을 지난 2월 중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진행한 건축자산 기초조사와는 별개로 조명이 안됐던 중구의 건축자산을 조사해 새로 발굴한다는 취지이다. 조사지역은 인천 중구 일대다. 용역 예산은 4000만 원이다.

중구는 인천대학교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에 용역을 맡겨 진행하고 있다. 중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역사자료를 함께 검토해 문화재 등재나 매입 계획을 세우는 것까지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건축물 조사를 위해서는 소유자 동의가 필요한데 코로나19로 접촉이 어려워서 4월 중순부터는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런데 건축자산이 상당한 동구는 전혀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는 과거 신일철공소와 같은 현대 산업유산 건물을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거했다. 신일철공소는 고(故) 박상규 장인이 1974년부터 2007년까지 목선 건조와 수리에 필요한 배 못과 보도 등을 제작한 대장간이다. 고인은 국내 유일한 배 못 원천기술 보유자였을 뿐 아니라 신일철공소는 산업화시기를 살아온 이야기와 조선업의 변천사를 알 수 있는 공간이다.

인천시 건축자산 기초조사 부실 논란…적극적 발굴을 위해 구가 나서야

시가 기초조사 용역을 시작할 때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근·현대 건축물 조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건축자산을 발굴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제강점기에 작성한 등기부를 찾아 해석해야한다”며 “이 연구를 하지 않으면 이미 등록됐거나 알려진 건축물을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기관의 전문성도 문제다. 인천연구원과 지역 대학이 용역 수행기관으로 선정됐지만 하청을 줬다. 과연 제대로 조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도 중구 소재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 추정 건축물 철거를 보고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손 교수는 “근·현대 건축자산 조사는 애경사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시가 인천연구원과 인하대에 맡겼다”라며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가 근대 건축자산으로 등재돼있지 않다는 건 조사용역 자체가 부실한 것이며, 부실한 보고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시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시는 지난 21일 ‘건축자산진흥 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중구·동구 지역 옛 산업유산을 중심으로 한 건축자산 보전계획 수립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기초조사한 건축물 목록 492개 중 보존·매입할 것을 추려내는 작업이다. 새로운 건축자산을 발굴하는 작업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구의 미온적인 행정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장회숙 도시자원디자인연구소 공동대표는 “동구는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면서 과거 역사가 남긴 건물들을 모두 허물고 있다”며 “동일방직에서 일진전기까지를 산업유산 지구로 지정해 보존해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는 “동구에는 중구못지 않게 많은 산업유산이 산재해 있는데 재개발로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이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나서서 건물을 철거하는 경우가 반복됐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조사해 발굴·보존 작업을 철저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동구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동구는 아직 시나 중구에서 진행하는 건축자산조사를 시행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동구를 답사하고 주민들 인터뷰 조사를 통해 ‘동구 도시생활사조사’를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다”며 “인천 동구를 5개 권역으로 나눠 도시의 근현대 역사 이야기를 조사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에 건축 분야도 있어 오래되거나 특이한 건물의 역사를 조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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